"엄마 너무 힘들어요" 숨진 러 병사의 문자…러시아 "거짓" 반발

입력 2022-03-02 07:49   수정 2022-03-15 00:31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우크라이나 침공 중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세르지 키슬리츠야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이라며 복사본을 가져와 낭독했다.

해당 문자는 한 러시아 병사가 모친과 나눈 대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는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P통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모친에게 "난 더는 크림반도에 있지 않다.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모친이 "그럼 어디에 있냐. 아빠가 너에게 소포를 보내도 되는지 묻는다"고 하자 병사는 "난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다. 여긴 지금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무섭다"고 했다.

계속해 그는 "우린 모든 도시를 폭격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나는 그들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쓰러지고 있다. 자신들의 몸을 장갑차 바퀴 밑으로 던져 우리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엄마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키슬리츠야 대사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이 러시아 병사는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벙커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이 전쟁을 선택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했다. 또 푸틴 대통령을 2차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와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키슬리츠야 대사가 낭독한 러시아 병사 문자 내용은 거짓이라면서,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것이 아닌 특수 군사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기의 근원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탈나치화를 내세워 군인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포로 영상에서도 러시아 병사는 "우리는 이곳이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 군사훈련인 줄 알았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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