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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끄러운 스윙을 돕는 핏과 심플한 디자인, 한여름, 한겨울에도 필드를 누빌 수 있는 기능성 의류, 투어 선수와 같은 수준의 클럽과 볼은 골퍼들 안에 잠들어 있던 열정을 일깨웠다. 타이틀리스트와 FJ의 로고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에 대한 진지함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골프시장으로 성장한 이면에 골퍼들의 열정을 끌어내고 키운 아쿠쉬네트코리아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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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볼 회사였던 아쿠쉬네트는 설립 25년이 지난 1960년에야 클럽시장에 뛰어들었다. 골프공 연구개발(R&D)에 몰두해온 아쿠쉬네트의 사업 확장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였다.
제품군을 늘리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는 아쿠쉬네트의 ‘장인 정신’을 골퍼들이 높이 산 것. 아쿠쉬네트가 만든 제품은 믿고 쓴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형성됐다. ‘퍼터 명장’ 스코티 캐머런을 영입한 것은 1994년, ‘웨지 명장’ 밥 보키를 끌어들인 것은 1996년으로 지금부터 30년도 안 된 일이다. 이들은 아쿠쉬네트에 합류함과 동시에 시너지를 내면서 퍼터 브랜드 ‘스카티카메론’과 웨지 브랜드 ‘보키 웨지’를 탄생시켰다.
아쿠쉬네트가 지사를 내고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한 것은 2004년이다. 타이틀리스트와 FJ가 골프용품계의 명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품질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5명이 넘는 화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컴퓨터공학자, 엔지니어가 연구개발에 참여해 타이틀리스트가 보유한 시설에서 생산하기에 명품 골프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아쿠쉬네트코리아가 주도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골프가 중심이 된 디자인은 물론 핏을 좌우하는 패턴에서도 골프 전문 패턴사가 참여한다. 또한 제품 기획부터 봉제, 마감까지 모든 제작과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진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기능성, 여기에 섬세하고 정교한 국내 업체의 실력이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퍼포먼스 골프웨어’를 실현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품질에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인정을 받은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중국, 일본으로도 일부 수출돼 한국 골프산업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스파이크화의 원조 FJ는 골프시장의 다크호스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2019년 퍼포먼스 요소가 직접 드러나지 않아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지만 기능성을 놓치지 않은 ‘캄 테크’ ‘보더리스’를 내세워 골프웨어에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해 2040 골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아쿠쉬네트코리아가 내세운 슬로건은 ‘골퍼의, 골퍼에 의한, 골퍼를 위한 회사’다. 재작년부터 골프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시장의 압도적인 리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골프에 대한 진정성이 소비자들에게 닿았기 때문이다. 아쿠쉬네트코리아 관계자는 “‘최대’보다 ‘최고’를 지향한다”며 “매출을 좇거나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고 골퍼의, 골퍼에 의한, 골퍼를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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