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 2일차 회의에 발언자로 나서 “미국과 서방은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을 약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국가에는 불화가 생긴다는 주장도 거듭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구실 하에 어떻게 미국과 서방에 의해 침해됐는지를 분명히 기억한다”며 “이들 국가를 파괴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선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불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 질서”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김 대사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과 그 추종자의 압제와 제멋대로 식 행동”이라며 “주권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표리부동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세계 평화는 정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에 따르면 김 대사는 지난달 22일 유엔헌장 및 기구 역할 강화에 관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위원회가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와 같은 유엔헌장에 배치되는 비법적 기구를 해체하는 데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북한의 발언은 최근 거듭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8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원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강권과 전횡을 일삼고 있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북한 정권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김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철군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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