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직원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월급은 한번 높이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휴가, 재택근무 등 비교적 부담이 작은 혜택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미국 기업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물가 상승분에 맞춰 전 직원의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임금을 높여야 할 유인은 커졌지만 기업들은 급여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임금은 한번 높이면 원래 수준으로 낮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 정보기술(IT)업체 레이도스의 크리스 케이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능하면 모든 직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싶다”면서도 “회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복지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택했다. 휴가 기한을 늘리거나 사무실 근무 대신 100%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식이다. 미국 화장품업체 엘프뷰티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이후에는 회의를 없애 직원들의 조기 퇴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평판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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