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2라운드'…어피너티, 또 국제중재재판 신청

입력 2022-03-02 17:59   수정 2022-03-03 01:57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 분쟁’을 벌여온 사모펀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또다시 국제중재재판을 신청했다. 현재 신 회장이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풋옵션 이행 의무를 강제하려는 취지에서다. 올 상반기를 목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공개·IPO)을 추진해온 교보생명은 IPO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는 지난달 28일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중재 소송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9월 ICC의 1차 중재 결정이 나온 지 5개월 만이다. ICC는 당시 신 회장이 어피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너티 측이 주장한 가격(주당 40만9000원)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선 신 회장이 별도의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출해 어피너티 측 FMV와 평균해야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이 같은 절차 진행을 거부해 왔다. 어피너티는 “2차 중재를 통해 이행을 강제하고, 계약 위반 및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입은 손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IPO를 통해 분쟁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제중재는 원칙적으로 단심제인 데다 1차 중재판정부가 청구를 쪼개 2차 중재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이미 명시했다”며 “공정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도 IPO인데 (어피너티 측이) 상장을 막기 위해 무리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ICC가 2차 중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교보생명 상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하려는 회사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이 없어야 한다. 교보생명은 작년 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으나, 거래소도 이 규정을 고려해 절차를 유보해 왔다. 거래소 측은 “일단 중재 재판 재개 여부를 살펴보고 상장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고재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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