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비즈니스에서 갑을관계는 ‘일감’을 주느냐, 받느냐에 따라 갈린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일감을 주는 회사는 ‘갑’이 되고, 남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하청업체는 ‘을’이 된다. 노바렉스는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 ‘갑 같은 을’로 통하는 회사다. 대행 생산한다는 점에선 을이지만, 브랜드 기업들이 서로 자기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는 점에선 갑에 가깝기 때문이다.
2일 만난 권석형 대표(사진)는 노바렉스 경쟁력의 원천으로 ‘다른 제조업체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꼽았다. 권 대표는 “전체적인 건기식 시장의 성장세는 멈춰섰지만 노바렉스는 계속 가파른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며 “2026년까지 연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려 6000억원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노바렉스는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00억원 안팎(추정치)으로 2020년(2228억원)보다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률은 매년 10% 넘게 올리고 있다.
비결은 개별인정형 원료에 있다. 개별인정형 원료란 기존 건기식 원료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새 원료를 말한다. 기능성을 입증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으면 6년간 해당 원료를 독점 제조·판매할 수 있다. 공급가를 낮춰가며 다른 업체와 출혈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노바렉스는 이런 개별인정형 원료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 중 하나다. 작년 말 기준 전체 671개 중 37개 원료가 이 회사 소유다.
권 대표는 올해 5개 개별인정형 원료를 허가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가장 많은 개별인정형 원료를 내놨던 업체의 허가 건수가 3개였던 걸 고려하면 도전적인 목표다. 권 대표는 “지난해 1월 피부 보습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은 밀 추출물 ‘세라티크’ 제품을 곧 출시한다”고 말했다.
설비도 꾸준히 확충했다. 지난해 3분기 충북 오송 4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권 대표는 “2025년까지 오송에 마련한 3만3000㎡ 부지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 규모를 키우면 대규모 계약 위주로 진행되는 해외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권 대표는 전망했다. 노바렉스는 매출의 20%를 수출로 내고 있다.
권 대표는 “감염병 확산세가 가라앉으면 해외 사업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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