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로 변할까? 대통령 10대 금전특권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3-03 09:37   수정 2022-03-03 09:49


대통령 선거가 바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공무원 가운데 가장 권한이 큰 공무원인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 유권자들이 한 번쯤 냉철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직책 이름부터 다시 한번 보자. 너무 거창하지 않은가. 너무 권위적이지는 않는가. 마치 무소불위의 직책 같지는 않은가. 현대의 공무원은 유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자리라고 하는 데 과연 그럴 자세가 나오게 하는 이름인가. 대(大)자부터 간단치 않다. 통(統)자는 통치(統治)를 연상시킨다. 현대의 공무원과 민주 정부는 행정을 민주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런 통 자와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령(領)도 '거느릴 령' 그대로 이미지가 무겁다.

대통령제를 하는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president’가 좋아 보인다. 회사 대표, 사장도 이렇게 부르니 자연스럽게 된다. 행정부의 대표로 이런 이름이 좀 현대적이고, 민주적이고, 유권자 친화적이지 않을까. 싱가포르처럼 ‘선임 장관’ 혹은 ‘선임 국무장관(위원)’ 정도로 부르면 어떨까. 대통령 본인에게도 좋고, 언필칭 민주국가의 유권자에게도 좋을 것 같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이렇게 덜 권위적이고 한결 가볍게 직책을 변경하는 공약이라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툭하면 나오는 개헌 논의의 핵심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좀 바꾸자는 것이다. ‘제왕적’, 즉 전근대 왕조시대 군주에 비견될 수 있는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불필요한 권위를 국회 등으로 분산시키자는 게 이 개헌론의 핵심이다. 과도한 권한, 거품 잔뜩 들어간 과도한 권위 혹은 억지 무게 잡기 같은 것을 정상화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권한 줄이기는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론으로 수없이 제기됐고, 지금도 나와 있다. 물론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갖 담론이 다 쏟아져 나와 대통령 권한 줄이기라는 처음의 논의가 방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우려점이지만...
◆대통령,'선출직 정무직 국가직' 공무원일 뿐
대통령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무원이다. 가장 대표적인, 그러니까 ‘1호 공무원’이라고 해도 좋겠다. 어디까지나 공무원이라는 이 사실이 중요하다. 전제 군주도,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아닌 것이다. 현대의 자유 시민과 자주적 국민이 전근대의 백성과 너무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공무원은 자리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임용·임명 방식에 따라, 선거로 뽑힌 선출직과 그런 공무원이 권한에 따라 지명하는 임명직이 있다. 중앙 정부나 헌법기관에 근무하는 국가직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직이 있다. 장관처럼 신분 보장이 덜 되는 정무직이 있고, 직급은 낮지만 신분 보장이 더 확실한 정년직이 있다. 일반직과 교육·소방·경찰·군인 등 직능직으로 볼 수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줄었지만, 계약직과 정규직으로도 나뉜다. 저마다 권한, 역할, 신분 보장이 다 다르다. 대통령은 선거직의 정무직으로, 국가직 공무원이다.
◆끝없는 '제왕적 대통령' 논란… 부작용 큰 권한 줄이자는 개헌론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왜 ‘제왕적’이라고 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실제로 방대한 권한을 보면 그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현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란 것을 운영할 때 한경 논설실에서 토론이 있었다. 필자는 이런 제도가 ‘민주주의 발전’이나 ‘선진 행정’에 도움 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적극 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법에 따라, 담당 혹은 관련 기관에서 정해진 법규에 따라 하는 게 정상적 행정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라고 해서 안 되는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고, 청와대가 막는다고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할 일을 막는다면 그게 민주 공화국인가. 막무가내 떼법을 공식화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봐서 국민청원 같은 것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입장을 내세웠다. ‘전지전능의 대통령이고, 모든 정부 기관을 통제·통할하는 청와대이니, 뭐든지 다 해 달라’이런 식은 곤란하다. 굳이 좋게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또 하나의 소통 통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포퓰리즘 요소가 다분하다고 보는 이유다.
◆"모든 공적 연금엔 과세, 대통령 월1391만원 연금은 비과세"
사실관계로 한국의 대통령이 가진 과한 권한을 한번 돌아보자. 여러 가지 이론과 지적이 있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을 소개한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이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 특권 폐지를 약속하라”라고 요구하며 낸 성명서에 있는 내용이다. 납세자연맹은 최근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내 법원에서 승소를 이끌어 낸 세금에 특화된 시민단체다(사진). 엊그제부터는 청와대가 행정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것을 규탄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한국의 대통령(청와대)가 10가지 큰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 행정 권한이 아니라 '금전적 특권'을 모은 것이다. 공감 되는 대목이 많아 그 내용을 그대로 전해본다.

1. 영수증 없는 예산인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쓰는 특권
2. 월 1391만원 대통령 연금을 받는 특권
3. 대통령연금 전액 소득세 비과세 특권
4. 국민 세금으로 가장 많은 격려금을 줄 수 있는 특권
5. 국민 세금으로 가장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는 특권
6. 공무원 중 유일하게 배우자 옷을 세금을 구입할 수 있는 특권
7. 결혼한 자녀를 청와대에 같이 거주할 수 있는 특권
8. 다른 부처와 달리 업무추진비를 비공개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
9. 여론조사에 57억을 사용할 수 있는 특권
10. 특활비 등 예산집행 내역을 비공개하여 국민과 언론의 비판을 피할 수 있는 특권

납세자연맹은 이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부연 설명도 했다. 그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경제 성장에 피땀 흘려 기여한 7080세대의 월평균 국민연금이 현재 55만원인데, 대통령은 퇴임후 매달 1391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게다가 일반 국민의 공적연금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면서 대통령의 이 연금에는 세금도 물리지 않는다. 이런 판에 국민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늘(3월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나아진 것도 있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 직책을 잘 마치고 물러나면서가 아니라, 됐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걸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공이 있으면 그에 따라 줘야 할 훈장을 자기에게 스스로 줬으니 우스운 일이 아니었나. 이번 대선을 거치면 새 대통령과 새 청와대에는 거품이 좀 빠질까. 그냥 내버려 두면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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