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큰 충격"…우크라 침공에 탈나는 세계 경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3-04 13:56   수정 2022-03-04 14:1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일을 넘기면서 세계 경제도 탈이 나기 시작했다. 이 지역 의존도가 높은 자원 공급과 글로벌 물류망이 멈춰서면서 세계 경제에 코로나19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코로나보다 더 큰 악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을 누르고 세계 공급망 생태계의 최대 악재가 됐다"고 4일 분석했다. 무디스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자동차, 전자, 휴대폰 업체에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희소금속은 벌써부터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의 필수원료인 네온은 세계 수요 약 7억ℓ 가운데 70%를 우크라이나가 생산한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도시 오데사를 통해 수출하는데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공급이 중단됐다. 현지 정제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오데사항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공급이 중단된 여파로 중국에서는 네온 현물 가격이 연초보다 65% 급등했다. 모건스탠리는 대만 반도체 기업의 네온 재고를 6개월치로 분석하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공급 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팔라듐은 2020년 세계 수요 311t 가운데 43%를 러시아가 생산한다.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줄면서 지난 3일 현물 가격이 7개월 반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이 수입한 LNG 7450만t 가운데 8.2%가 러시아산이었다.러시아는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에 이어 일본의 4대 LNG 수입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수입이 중단될 경우 다른 수입처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는 LNG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장기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히로시마가스는 장기계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와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해운 물류망도 끊겨
국제 항공 및 해운 물류시장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해운 3사의 컨테이너 부문 합작회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항과 노보로시스크항을 운항하는 화물 수송을 중단했다. ONE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항구가 갑자기 봉쇄돼 화물 운송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도 이달 1일부터 인도적인 지원물자를 제외한 러시아행 운송을 중단했다.

바닷길이 막히면서 국제 해상운임 지표인 발틱해운지수는 최근 2000선을 넘어섰다. 침공 전인 2월초보다 40%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항공사들의 러시아와 유럽 노선 결항도 잇따르고 있다.

3일 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유럽 노선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다. 4일부터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던 항공편의 노선이 변경됐다.

ANA는 도쿄 나리타와 브뤼셀 노선의 항로를 중앙아시아 경유로 바꿨다. JAL도 도쿄 하네다와 런던 노선의 항로를 미국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는 쪽으로 바꿨다. ANA와 JAL 관계자는 "러시아 영공 비행이 금지돼 있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우회함에 따라 나리타~브뤼셀의 비행시간은 15시간30분으로 30% 늘었다. 하네다~런던의 비행시간도 20% 증가했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항공 물류망이 정체를 빚으면서 일본~유럽의 항공화물요금은 1㎏ 당 1000엔을 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배로 급등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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