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주로 처방되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암 발생과 전이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실험및임상연구센터(ECRC) 연구진은 최근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암 발생률이 절반 정도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약 30만 명의 스타틴 처방 환자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들에게는 심바스타틴(71%), 아토르바스타틴(19%), 프라바스타틴(5%), 플루바스타틴(2%), 로수바스타틴(2%), 로바스타틴(1%) 등이 처방됐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로, 성분명의 끝이 스타틴으로 끝나는 약물은 모두 비슷한 기전의 약물이다. 주로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 치료에 처방된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암 발생률이 최대 50% 낮았다.
개별 약물로는 아토르바스타틴이 가장 큰 효과를 보였고 플루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이 뒤를 이었다. 로바스타틴은 상대적으로 적은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스타틴이 암 예방 효과뿐 아니라 암 전이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울리케 슈타인 ECRC 교수는 10여 년 전 대장암 전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MACC1’로 알려진 이 유전자는 이후 위암, 간암, 유방암 등 20여 개의 고형암에서 암을 성장시키고 전이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밝혀졌다.
슈타인 교수팀은 암세포에서 스타틴 계열 약물이 MACC1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생체 내에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MACC1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 즉 암 전이가 쉬운 유전자 변형 쥐를 제작했다.
유전자 변형 쥐에 스타틴 약물을 투여하자 암세포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됐고, 암 전이를 유의미하게 막았다. 슈타인 교수는 “투여 용량을 사람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수준으로 낮췄을 때도 암 전이를 예방하는 효과는 유지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장암, 난소암 등의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보고도 여럿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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