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허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허진수 전 이사회 의장은 일선에서 물러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허 전 의장이 그동안 조카인 허 대표의 ‘후견인’ 역할을 맡아 회사 경영 전반을 관장해왔다”며 “모빌리티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사업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기 위해 경영체제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2019년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능력을 입증한 허 대표가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생인 그는 LG그룹 공동 창업주이자 GS그룹 창업자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증손자로, GS칼텍스 대표를 지낸 ‘미스터 오일’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07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 법인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 본부장을 거쳤고 2017~2018년엔 GS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GS가(家) ‘오너 4세’ 중 맏형 격이다. 이를 두고 GS그룹의 4세 경영체제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시작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부사장) 등 다른 오너 4세도 차츰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허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서 GS칼텍스의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수소차 충전 등 친환경 모빌리티 인프라로 전환하고, 카셰어링(차량 공유) 및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드론 배송과 편의점 등 일상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기이기도 했다.
허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임에 1967년 이후 55년간 합작관계를 이어 온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런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브런과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다. 셰브런은 1967년 자회사 칼텍스를 통해 락희화학과 합작으로 호남정유를 설립해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1986년 이후엔 럭키금성에 경영을 맡기고, 지원군 역할에 머물렀다. 회사가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GS그룹에 합류한 뒤에도 셰브런과 GS의 유대관계는 끈끈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지훈/남정민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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