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선 확진자 사전투표 운영·관리와 관련해 혼란이 발생했다. 확진자 사전투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아 별도 장소에서 투표한 뒤, 용지를 봉투에 넣어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반발했다.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보관되거나,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법조계에선 사전투표가 헌법상 선거 원칙인 비밀·직접 선거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 67조 1항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표를 넣지 못했고, 일부 기표된 투표용지가 제3자에게 공개된 점 등은 비밀·직접 선거의 원칙을 훼손했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도 '투표지는 기표 후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허술한 선거사무관리 사태가 발생한 사실에 전체적인 관리 책임을 맡은 선거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 당국이 부실하고 엉성한 선거관리로 본 투표도 하기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정부의 위신도 크게 손상시켰다"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도 선관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백혜련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투표관리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당장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시된 선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전투표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선관위가 그 경위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도 노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7일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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