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장에선 선관위 62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부실관리 참사’가 빚어졌다. ‘소쿠리 투표함’, 기표된 용지 배포, 창고·주차장 투표소, 장시간 대기 중 졸도 등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졌다. 그런데도 선관위원장은 아예 출근도 안 했다. 코로나 임시기표소를 처음 운영하는 터라, 정상적인 기관장이라면 노심초사 잠도 안 올 법한데도 말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원래 비상근이라…”, “토요일이라…” 등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변명해주는 직원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원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 320건 중 63건을 여당 추천 몫인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의 답변서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기(Ctrl-c, Ctrl-v)’ 해서 냈다. 선관위 중립성, 선거연령 하향 등 선관위원장으로서의 소신에 대한 문항조차 띄어쓰기에 토씨까지 똑같았다. 당시 그의 해명은 “많은 서면 질의를 짧은 시간에 혼자 다 답변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대선 투표일인데 토요일이라면 출근 않고, 질문이 너무 많으면 남의 것 베껴 쓰면 되는 모양이다.
이 정부 들어 상당수 부처와 기관들이 정상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선관위는 유독 탈이 많다. 대장동 일당과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위원장의 무리한 임기 연장 시도, 2900명 전 직원의 집단 반발을 부른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 작년 4·7 재·보선 때 편향성 논란 등 수두룩하다. 이번 사태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선관위의 존재 의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그런데도 수장은 사과 한마디 없다. ‘사과하면 지는 것’이라는 이 정부 인사들의 뻔뻔함을 그대로 배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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