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에 가까운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즘은 득보다 해악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30개국 2만명을 대상으로 성불평등에 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페미니즘은 득보다 해악이 많다’는 질문에 동의한 한국인은 35%로 집계됐다. 남성은 47%, 여성은 22%가 이 질문에 동의했다. 한국의 동의율은 러시아(42%), 페루(39%), 멕시코(39%) 등에 이어 조사 대상국 중 상위 7위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26%)보다 9%포인트 높았다.
입소스는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소수자들은 남녀 간 불평등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심지어 불평등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해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성 불평등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인은 13%(남성 18%, 여성 7%)였다. 세계 평균(18%)이나 영국(15%), 프랑스(18%) 등 서유럽 국가보다 낮은 숫자였다.
‘페미니즘으로 인해 남성들이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19%(남성 29%, 여성 10%)로, 세계 평균(19%)과 비슷했다. ‘여성이 원하지 않아도 남자친구 또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는 것이 여성의 의무다’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9%(남성 14%, 여성 5%)에 달했다.
‘학대 당했다고 말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학대, 강간 피해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19%(남성 29%, 여성 10%)로, 세계 평균(15%)을 웃돌았다. 말레이시아(30%), 러시아(25%), 중국(25%), 페루(20%)에 이어 5번째를 높았다.
킹스칼리지런던대의 글로벌 여성리더십 연구소 소장인 로지 캠벨 교수는 “압도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페미니즘적 가치에 공감하지만, 성평등으로 인한 득보다 해악이 더 크다고 믿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며 “성평등과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념 메시지를 내고 “여성과 남성 모두가 체감하는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030 세대에서 성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고도의 경쟁문화 속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 배려와 공존의 가치가 약화되면서 성평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경쟁과 다툼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미래를 향해 꿈꾸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도록 여성가족부가 더욱 뛰겠다”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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