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0%로 늘리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또 다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다. 신재생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서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에 따르면 2050년까지 발전분야에서 1877조원의 설비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에만 630조원,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에도 600조원이 필요하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정부가 작년 11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발표한 이후 현실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배출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현 에너지원 비중 등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그 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NDC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탄소배출 허용 총량이 연간 3억2000만t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작년보다 2억6900만t 줄어든 수치다. 탄소배출권 시장 관계자는 “만약 국내 기업들이 현재의 탄소배출 수준을 유지한다면 2030년께 기업들은 배출권 구매 비용으로만 30조원 이상을 더 써야 한다”며 “에너지 정책이 국가 경제에 끼칠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 탓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MR 투자가 에너지 해외 의존도, 전력 생산 비용, 탄소배출량을 모두 낮추는 해법이 될 수 있어서다. 신재생 발전 확대에 따른 전력 불안정 문제는 LNG·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늘려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적폐 청산이란 정치적 구호에 함몰돼 자원외교를 뒤집은 것도 대표적인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성과는 최소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 과제”라며 “1년 단위로 사업성을 평가해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 노력을 폄훼하고 적폐로 낙인찍으면 자원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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