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곧 발표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앞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라는 러시아 제재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제 유가가 이미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 위기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하원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의 일반 무역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은 이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쉘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헐값에 판매된 러시아산 우랄 원유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은 그동안 러시아산 에너지를 일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유럽에서 에너지 공급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는 공공 서비스와 우리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면 유럽과 세계 공급망이 망가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도 영향을 주는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EU의 러시아산 수입품(953억유로) 가운데 70%가 석유와 가스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기존의 80%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500억㎥ 늘리고, 러시아 외 다른 지역에서 가스관을 통해 100억㎥ 규모의 가스를 수입한다는 구상이다.
노박 부총리는 유럽에서 러시아 원유를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대가는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박 부총리에 따르면 유럽은 연간 약 5억t의 원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30%인 1억5000만t이 러시아에서 공급되고 있다.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멈춰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위협했다. 그는 “유럽은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부당하게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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