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원유 금수 카드는 자칫 유가 급등을 가져와 미국도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결국 극약 처방으로 선택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 능력에 "또다른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는 결코 푸틴의 승리가 될 수 없다. 푸틴이 한 도시를 점령할 수 있지만 나라 전체를 결코 장악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처는 유럽연합(EU) 등 동맹과 보조를 맞춰온 기존 제재와 달리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것이다. 수입 금지 대상에는 러시아산 원유는 물론 가스, 석탄까지 포함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또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데 있어 미국인이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수출에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원유와 가스가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은 러시아의 외화 조달 수단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조처로 인식돼 왔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약 3%이고,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미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는 없다. 반면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의 경우 가스 40%, 원유 25%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의회는 초당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에 대한 제재 권한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을 이날 처리한다고 밝혔다. 엑손 모바일, 셰브론, BP, 셸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석유연구소의 마이크 소머스 회장은 "석유업계는 수입 금지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조처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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