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개발 반도체(애플실리콘)를 앞세운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8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초고성능 PC용 'M1울트라' 칩을 공개했다. 중저가형 스마트폰 '아이폰SE'와 태블릿 '아이패드 에어'에도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넣었다. 업계에선 "애플의 혁신이 반도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나온다. 신제품과 관련해선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아이폰SE 가격 등과 관련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A15 바이오닉은 6코어 CPU(중앙처리장치), 4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아이폰 SE의 성능이 아이폰8보다 CPU 성능이 1.8배, GPU 성능은 2.2배 빠르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 관계자는 "첨단 카메라 기능을 작동하게 하고 사진 편집부터 게임, 증강현실(A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개선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SE는 가성비 높은 아이폰을 찾거나 아이폰을 처음 써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보급형 태블릿인 '아이패드 에어' 신제품도 선보였다. 프리미엄 폰의 AP를 탑재한 아이폰SE와 유사하게 아이패드 에어는 노트북·PC용 자체 개발 칩 'M1'을 탑재했다. 지난해 4월 아이패드 최상위 라인업인 '아이패드 프로'에 M1을 집어넣은 데 이어 한 등급 아래인 아이패드 에어까지 프리미엄용 칩을 넣은 것이다.
애플 관계자는 "2개의 칩이 하나의 칩으로 작동하고 소프트웨어도 M1 울트라를 하나의 칩으로 인식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며 "M1 울트라는 애플실리콘(애플의 반도체 브랜드)의 또 다른 게임체인저로 PC 업계에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칩을 독자적으로 설계해오던 애플은 2020년 11월 M1을 공개했는데, 인텔·AMD 등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 기업들이 내놓던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에 높은 전력 효율을 갖춰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아이패드 에어에 대해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가격을 전작과 같은 599달러로 유지했고 5G와 함께 고성능 M1칩이 탑재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999달러(M1 프로칩 탑재 모델), 3999달러(M1 울트라 탑재 모델)로 가격이 나뉘는 맥 스튜디오는 강력한 스펙과 함께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M1맥스와 M1울트라의 뛰어난 성능과 높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책상에 부담없이 놓을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폰SE의 가격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다. 시장에선 애플이 삼성전자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각축을 벌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이폰SE 가격을 300달러대로 책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폰SE 가격은 429달러(최저)로 정해졌다. A15칩의 성능에 공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변한 게 없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A15칩이 탑재된 것 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긴 것", "내구성과 배터리 성능이 개선됐다" 등의 반론도 나온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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