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무서운 진격…한화, 사우디에 1兆 수출

입력 2022-03-09 17:42   수정 2022-03-10 05:28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 풍산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잇달아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지대공미사일 천궁Ⅱ와 K-9 자주포에 이어 올 들어 중동에서만 세 번째로 조(兆) 단위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9일 외신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8일 사우디 국방부와 30억리얄(약 9846억원) 규모의 방산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국방부가 이날 국내외 방산업체들과 체결한 전체 계약금액(70억리얄) 중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화그룹의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가 지난달 이집트 정부와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한 달 만에 조 단위 계약을 또 따냈다. ㈜한화는 한화디펜스와 함께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중동 최대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2’에 참가해 각종 첨단 무기를 선보였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사우디 국방부와 방산계약 관련 세부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수출 품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는 사우디 정부와 고성능 복합대공화기 비호Ⅱ 수출계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용탄, 스포츠탄을 제조하는 풍산은 사우디 국방부와 4억6000만리얄(약 1500억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도 보안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요격체계 시스템과 관련해 2억5000만리얄(약 8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LIG넥스원은 사우디 정부와 천궁Ⅱ 수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수출·금융 제재를 받게 되면서 천궁Ⅱ가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공급계약을 맺었다.

방산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2위 방산대국인 러시아의 무기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를 주로 도입하던 중동에서 국내 무기 점유율을 높일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동의 ‘큰손’인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작년 2월 예멘 내전 참전을 이유로 미국산 무기 수입이 금지됐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K방산’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 30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작년 말 호주 정부와 체결한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 등 굵직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작년 수출액이 70억달러로 급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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