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임은 43년 전인 1979년 4월 7일 열렸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 지하 1층에 있는 소극장 ‘공간사랑’에서였다. 구상·성찬경·박희진 시인이 무대에 올라 150여 명의 청중 앞에서 각자 10편 정도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구상 시인과 친해 소극장을 선뜻 내줬던 건축가 김수근이 1986년 타계한 이후 장소는 바뀌었지만 낭독회는 계속됐다. 그동안 모임을 거쳐 간 시인은 수백 명에 이른다. 지금도 매월 첫 번째 목요일이면 창덕궁 근처 노스테라스빌딩에 40여 명의 시인이 모여 시를 낭송한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지침에 따라 낭독회가 몇 차례 취소됐지만 회지 발간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시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회원의 의지 덕분이었다. 2015년부터는 현대시 발전에 기여하자는 뜻에서 ‘공간시낭독회 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수여하고 있다.
낭독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경 시인은 “언어의 해체와 굴절이 흔해진 세태 속에서도 공간시낭독회는 순수한 서정성과 실존적 가치를 추구하며 43년의 세월을 보내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정진해 600회, 1000회를 넘어서까지 낭독회가 이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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