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A씨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29일(권리산정일) 이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은 ‘현금청산’시키기로 해서다. 현금청산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A씨처럼 개발 가능성을 전혀 모르고 후보지 지정 전에 집을 샀어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투기 수요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2·4대책’에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한다.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 등 도심 내 노후지역을 고밀 개발해 신축 주택을 공급한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간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았던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묘수였다. 기존 공공재개발·재건축,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다른 공공주도 사업에 비해 성적도 월등하다. 지난 1월 발표한 8차 후보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76곳, 1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후보지를 선정했다.
잘나가던 도심복합사업은 그러나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후보지 수에 비례해 늘어나고 있는 현금청산 대상자들 때문이다. 투기 목적으로 미리 진입한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A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도 상당수다.
“양보는 없다”던 정부도 달라졌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을 검토해 상의하겠다”며 처음으로 태도를 바꿨다. 현금청산자들을 끌어안지 않으면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장관 발언 이후 두 달이 더 지났지만 국토부는 아직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후보지 선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청산자 구제방안을 내놓으면 예상 후보지로 투기 수요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겨우 진정된 부동산 시장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겠다고 이미 장관이 직접 밝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후보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산 사람들마저 ‘투기 수요’라고 싸잡아 현금청산시키려 했던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몰아붙인 ‘투기와의 전쟁’이 애꿎은 피해자를 대거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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