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 번 진단업체, 잇단 현금배당

입력 2022-03-09 20:47   수정 2022-03-10 05:17

진단업체들이 앞다퉈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 호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배당에 나서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불만이 쌓인 주주를 달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젠은 주당 400원씩, 총 206억원 규모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1월에도 현금 배당을 했다. 지난 1년간 이 회사의 배당액은 516억원이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031억원의 10.3%에 해당하는 고배당이다.

지난해 약 3조원의 매출을 낸 SD바이오센서도 배당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주당 1266원씩, 총 1280억원의 현금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휴마시스는 창사 이후 첫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액은 68억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928억원으로, 전년(254억원) 대비 일곱 배 이상으로 뛰었다. 바디텍메드와 제놀루션도 각각 43억원, 18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진단업체의 배당 붐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각각 1조3698억원, 66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47%와 49%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까진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83만2568명이다. 400만 명이 넘는 새 확진자가 쏟아졌던 1월 중순보다는 적지만 오미크론 유행 이전인 지난해 10월(30만 명대)보다는 다섯 배가량 많다.

주주 달래기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SD바이오센서 주가는 지난 8일 5만4200원으로 올해 최고가(7만8600원·2월 3일) 대비 31% 하락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 소액주주도 있다. 랩지노믹스 소액주주연합은 자사주 매입, 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등을 요구하면서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매출 2024억원, 영업이익 1049억원을 기록했지만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소액주주연합 측의 주장이다. 랩지노믹스 주가도 2만2550원으로, 올해 최고가(3만650원·2월 3일) 대비 23% 떨어졌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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