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증산 검토"…유가 하루새 12% 뚝

입력 2022-03-10 14:46   수정 2022-03-1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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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속 치솟던 국제 유가가 하루 새 10% 넘게 폭락했다.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추가 증산 가능성이 거론되자 급등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전날까지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던 주요 국제 원유 가격이 12% 이상 폭락하며 배럴당 11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UAE 입장 변화가 촉발한 유가 급락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2.13% 하락한 108.70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국제 원유 시장의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 5월물 가격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3.16% 빠진 111.1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두 유가 모두 전날까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14년 만의 최고치(2008년 7월 배럴당 147.50달러)에 근접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지난 7일 장중 한때 139달러에 손바뀜하며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세계 원유 시장의 7%를 점유한 러시아산 원유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사실상 제외될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다. 미국과 영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날 “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에 추가 증산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OPEC+는 유가 안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추가 증산 압박에도 기존의 소폭(하루 평균 40만 배럴) 증산 방침을 유지해 왔는데, UAE가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UAE의 입장 변화로 원유 시장 내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 급락장이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다른 회원국인 이라크도 “OPEC+ 회원국들이 요청할 경우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발표하기에 앞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도 원유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미 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만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재개 문제를 협의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2019년 베네수엘라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면서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에 제재를 가해 왔다.
유가 안정 위해 협력하는 세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 역시 원유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미 외환중개업체 OANDA의 에드 모야 수석애널리스트는 “세계가 급등하는 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가가 일시적 폭락세를 보인 이후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향후 세 가지 원유 공급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98달러에서 13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15%의 가능성으로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이 정상화하려면 고유가 공포에 따른 ‘수요 급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에너지는 “더 많은 서방 국가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합류하면 하루 평균 430만 배럴의 공급 공백이 생기고, 유가는 배럴당 240달러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 1979년 2차 오일쇼크 사태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 발생하고 세계 경제는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규라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전반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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