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22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48.56%대 47.83%, 역대급 초박빙의 승부로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했는데요. 윤 당선인의 공약집, 당선 전 인터뷰 등으로 미뤄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법기관인 법원에 대한 공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안 가운데 법원과 관련된 공약은 '통합가정법원' 확대 개편과 '해사전문법원'의 신설입니다. 즉, 전문법원의 설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인데요.
과연 법조계에서는 해당 공약을 두고 어떤 반응일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합가정법원이란 현재 있는 가정법원의 기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소년보호 · 형사사건, 아동학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사건 등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도 이미 가정법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확대 개편해 통합가정법원으로 만드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이득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 측은 통합가정법원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효율성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 보호입니다.
지금은 가정법원에서 다뤄지다 뒤늦게 형사법원에서 다뤄야 될 혐의가 포착되면 관할 법원을 바꾸면서 재판이 지연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소년 보호사건이 소년 형사사건이 되면 가정법원에서 검찰로 재이첩됐다가 다시 형사법원으로 가게 되는 형식이죠. 통합가정법원에서는 이런 사건들의 재판 지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년범의 경우, 사건을 저지른 이후 판결까지 빠르게 이뤄져야 반성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며 "보호사건과 형사사건을 오가는 재판 지연을 줄이면 효율적으로 사건을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건에 밀려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영장 발부가 늦어지는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피해자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가정법원은 아동폭력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가정 보호'를 전제로 판결을 내립니다. 하지만 형사법원의 역할을 같이 하게되면, 이를 다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등 임시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수정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위원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강제분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법원의 임시조치"라며 "통합가정법원이 도입되면 성범죄·가정 폭력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확실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도 있습니다.
반면 해사전문법원에 대해서는 법조계는 그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해사전문법원이란 선박관련 사건들의 법적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입니다.
윤 당선인 측은 "해사사건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나, 국내 해사법원이 없어 전문성 부족으로 매년 4000억원 정도의 법률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사사건의 사건 수는 전문법원을 설치할 정도로 많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2021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한 해 진행중인 해사 민사사건은 20건 내외이며 서울고등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사사건이 많은 부산지방법원에서도 2018~2020년까지 3년간 86건뿐입니다. 해사민사사건을 폭넓게 판단한다고 해도 소액사건까지 포함, 전국 연간 360여건(추정치, 판결사건 기준)정도입니다.
한 기업 송무 전문 변호사는 "전문법원 설치에는 공간도 필요하고, 판사, 법원장 등 인적 구성도 필요한만큼 상당한 유지비가 들어간다"며 "법원유지비를 들일 정도의 편익이 나오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법원 판사도 "미국 전문법원은 이름만 전문법원이지, 사실상 전문 재판부인 경우가 많다"며 "전문법원을 설치하면 데 사건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차라리 전문 재판부 등을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 역시 "사건 수 면에서 본다면 노동, 환경, 조세 등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굳이 '해사전문법원'을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할 이유도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