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탄식이 넘치지만 정작 필요한 반성과 복기는 형식적이다. 172석 거대 여당은 수십조원의 현금 살포, 대통령의 전방위 지원사격 등 갖은 편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국민의 강고한 정권심판 의지를 꺾지 못했다. ‘0.73%’는 작은 숫자지만 미세한 차이로 치부해서는 안 될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좌절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반성을 앞세워야 마땅하다.
광범위한 비토 정서도 직시해야 한다. 텃밭인 호남과 이재명 후보가 도백(道伯)을 지낸 경기도 정도만 우세였을 뿐, 충청 강원 등 여론 바로미터 권역에서 모조리 패배한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승복 연설에서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도 선거기간 내내 끌려다닌 것은 ‘야당의 승리’라기보다 ‘민주당의 패배’로 봐야 한다. 대선과 함께 치른 5곳의 재·보선에서도 야당에 크게 밀리며 4곳을 내준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민심 이반은 듣기 좋지만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말과 정책을 앞세워 5년 내내 폭주한 결과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약속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은 지금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조국·윤미향·박원순의 범죄적 행위를 일방적으로 감싸는 어이없는 행태를 반복하며 사회 갈등만 증폭시켰을 뿐이다. 비현실적인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성장과 일자리가 사라졌고, 투기꾼 타령뿐인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으로 민생을 파탄시켰다.
‘힘자랑’으로 일관한 ‘586 카르텔’의 책임이 크다. 선거용으로 부랴부랴 약속한 윤미향·이상직 의원 제명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고 ‘586 용퇴론’을 내걸었지만 기득권을 내려놓은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 여권이 할 일은 준엄한 민의 앞에 겸손한 자세로 선거 때 던진 정치개혁 약속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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