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에…웃다가 운 中스마트폰

입력 2022-03-10 17:25   수정 2022-03-11 02:0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 등 서방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뒤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루블화가 폭락한 데다 경제 제재 여파가 번질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의 러시아 시장 출하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뒤 최소 절반으로 줄었다고 10일 보도했다. 샤오미의 한 전직 임원은 “애플이나 삼성처럼 러시아 시장 철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면서도 “사업적 관점에서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분간 지켜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매출 1위는 샤오미(점유율 31%)였다. 삼성(27%)과 애플(11%)이 뒤를 이었다. 중국 리얼미(8%)와 아너(7%) 등을 포함하면 이 기간 중국 기업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460억달러(약 179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였다. 러시아 수입품 중 중국산은 14%로 대부분 전자기기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중국 기업들이 큰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던 이유다.

하지만 환율의 벽이 예상보다 높았다. 달러 대비 루블 가치가 35% 넘게 폭락하면서 러시아 진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떨어진 화폐 가치에 맞추려면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려야 하지만 현지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어 여의치 않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2차 제재를 가할 위험도 남았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간 미국산 부품이 러시아로 흘러가는 것까지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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