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얻은 표(47.83%)다. 이번 대선의 총 유권자 수(4419만7692명)가 역대 최다이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1342만3800표)과 노무현 전 대통령(1201만4277표)의 득표수와 비교해도 이 후보는 민주당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수를 올렸다. 윤석열 당선인과의 득표율 차이는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후보와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2.37%)의 득표율을 합치면 50.2%로 과반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가 우위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에서조차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9%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76%) 등 중도·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2.2%에 달했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과 합쳐도 47.26%로 과반이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이 ‘진보 우위’로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진보 우위로의 변화를 못박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념 지형은 전쟁과 같은 강한 충격의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바뀌기 힘들다”며 “이 후보가 보수와 중도의 일부 표심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결과론적이지만 18대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사퇴했던 것처럼 심 후보가 사퇴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이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 직전 위성정당 문제로 민주당으로부터 이른바 ‘뒤통수’를 맞은 심 후보와 정의당으로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난 뒤 심 후보를 향한 후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득표율을 넘어 밤새 정의당에 12억원의 후원금을 쏟아 주신 ‘지못미’ 시민들의 마음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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