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찌감치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직장인 박모 씨(50)는 선거 당일인 지난 9일 집에서 온 가족과 함께 치킨을 먹으며 개표방송을 봤다. 그는 “이번 선거는 워낙 초박빙이라 가족들과 집에서 ‘치맥(치킨+맥주)’ 하면서 보기로 했다. 치킨 배달이 몰렸는지 주문하기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9일 20대 대선이 전례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유통업계엔 야식 먹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몰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고객이 많았기 때문. 일부 식당에선 주문 폭주로 배달이 지연되거나 재료 소진으로 일찌감치 장사를 접어야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대선 개표가 한창이던 9일 밤~10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선 개표 방송을 보며 야식을 먹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개표 방송을 볼 때도 치킨이 진리”, “개표 중계 덕에 오랜 만에 ‘피맥(피자+맥주)’을 먹는데 주문이 밀렸는지 배달까지 두 시간 넘게 걸렸다” 등의 인증 글을 올렸다.
실제로 유통업계가 선거 당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평일인데도 외식업체나 편의점 등의 먹거리 판매량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교촌치킨에 따르면 전날 치킨 판매량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약 80% 급증했다. bhc치킨도 같은 기간 판매가 2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평일이 아니라 휴일인 영향도 있지만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개표방송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맥주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편의점 GS25의 맥주 판매량은 62.5% 증가했다. CU의 전체 주류 판매도 34% 늘었다. 맥주 판매량이 43.3% 증가하며 가장 많이 찾았으며 양주(26.2%) 막걸리(25.5%) 소주(18.2%) 등 전체 주종이 고르게 늘었다.
편의점 안주류 판매도 동반 상승했다. GS25의 '쏜살치킨'은 판매가 103.9%, 마른 안주 등 안주류 매출도 56% 증가했다. 신선과일은 31.8%, 스낵류도 26.8% 늘었다. CU 역시 안주류, 간식류, 간편식 등의 매출이 평균 20% 가량 동반 상승했다.
치킨집 등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외식업주나 자영업자들은 오랜만에 호황을 누렸다.
경기 분당의 한 족발집 사장 윤모 씨(54)는 “대선일에 보통 평일 장사 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며 “중간에 채소 등 재료가 일부 소진돼 늦게까지 하는 마트를 찾아 급히 재료를 수급했다. 오랜만에 매상을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근처 치킨집 직원 김모 씨(22)도 “밤에는 주문이 밀려 손님들 항의가 많았다. 이번 대선일에 예상보다 주문량이 많았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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