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나 회담했으나 휴접 합의는 결렬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약 1시간가량 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세 차례 열었지만, 장관급 고위 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는 현시점에서 휴전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은 휴전을 논의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휴전 합의에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면서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적대행위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집단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지킨 것은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휴전 문제가 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으나, 러시아는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위해선 현재 벨라루스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아주 명확한 제안을 했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또한 러시아는 스스로 서방의 제재를 이겨낼 것이며 더는 서방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즉각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해왔으나, 러시아는 군사행동 중단을 위한 핵심 요구사항으로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주권 인정, NATO 가입 포기와 '탈나치화', '비무장화' 등을 들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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