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만으로 러시아 못 막아…우크라 중립국화 논의해야"

입력 2022-03-11 21:56   수정 2022-03-25 00:31



서방 국가들의 제재 일변도 대응으로는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제재가 효과를 내기도 전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등 외교적 논의를 통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나 오하얀 유라시아 수석 학자는 1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의 제재는 향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변화시킬지도 모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폭력을 멈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효과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막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방 국가들이 꺼내든 각종 대러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속도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선임 연구원 닐 퍼거슨도 "제재를 가해 전쟁 기계인 러시아가 멈추길 기다리는 전략은 상당히 잘못 될 수 있다"며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뒤늦은 무기 제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를 제 시간 안에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이 제재에 기대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를 받아들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의사를 버린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열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추가적인 파괴로부터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입장 변화"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민간인 폭격도 서슴지 않는 러시아에 대해 고강도 규제 카드를 연달아 꺼내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EU 및 주요 7개국(G7)과 함께 러시아에 고율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의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루츠크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등을 공습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북쪽과 동남부 도시에 집중됐던 공격이 서쪽 지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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