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 집안 살림을 매달 빚내서 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자기집 살림이라 생각하고 나라 재정을 운용해줬으면 합니다.”
한 경제부처의 고위관계자가 8일 차기 정부에 바란다며 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이후 100조원 이상의 막대한 빚을 지며 국가 재정을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적자 구조는 한동안 지속되며 국가 경제에 지울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것이란 지적이다. 차기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정책 개편을 해야 하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108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란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한 수치다. 정부의 순 재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부의 단기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지표다.
지난해 재정수지 적자는 이보다 많다. 12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10조6000억원 수준이던 것이 3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5년간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는 411조8000억원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129조8000억원), 이명박 정부(98조8000억원)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의 특수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2018년과 2019년의 적자만 합쳐도 67조원으로 이명박 정부 5년의 68%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적자 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10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에 대응한 재정 소요가 계속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가채무로 쌓인다. 올 1차 추경 기준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를 기록 중이다. 향후 3년간은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 국가채무는 2025년께 1415조9000억원, GDP 대비 58.5%까지 늘어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은 36.0%였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올초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예산안 혹은 추경을 편성할 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2020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 위기가 당장 닥쳐온 현실의 문제인 만큼 다음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재정 건전화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 등을 지낸 박형수 케이정책플랫폼 원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앞선 두 차례의 경제위기 때는 2년 정도면 재정이 정상화됐지만 이번에는 상당 기간 매년 100조원 이상의 적자가 쌓여 국가재정이 구조적 위기에 빠질 위험이 높아졌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고 가계 부채가 많은 현 경제 구조에서 재정건전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소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2. 국가채무 증가가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3. 역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파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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