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4일 06: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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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증시 불안정과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강남 오피스빌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지나친 매입 경쟁으로 건물 가격이 높아진 탓에 부담이 커져 투자를 꺼렸지만 인플레 방어가 가능한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강남 중소형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40~50% 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 가까이 오른 임대료에도 강남 오피스 입성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신규 강남 입성을 원하는 기업도 많지만 기존에 테헤란로에 터를 잡았던 정보기술(IT)업체, 게임업체들이 회사 규모를 확장하면서 더 넓은 면적의 오피스 공간이 필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3㎡당 200만원대였던 중소형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300만원대를 넘어섰지만 못 들어가서 난리"라며 "사무실 확장을 원하는 기업들은 2~3개층을 통째로 쓰길 원하지만 강남에서 그런 공간을 찾지 못하다보니 쪼개서 근무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연면적 3만3000㎡ 이상인 빌딩 공실률은 0.6%다. 직전 분기 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기업 이사 등으로 이뤄지는 자연 공실률을 보통 2~3%대로 예상하는데 이보다 더 낮은 수치다. 사실상 강남에 빈 대형 오피스빌딩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수요가 넘치다보니 오피스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다. 오피스 임대료가 오르면서 강남 오피스빌딩 투자 매력도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오피스빌딩에 투자할 때는 향후 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물 시세차익과 매달 얻을 수 있는 임대수익을 토대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한다. 이중 주요 지표인 수익환원율(캡레이트·Cap rate)은 향후 가늠할 수 없는 시세차익은 제외하고 매입금액(시장가치)과 임대수익(총 수익)을 가지고 구한다. 그러다보니 비싸게 주고살수록 캡레이트가 떨어지게 돼 최근에는 3% 초반, 2% 후반까지도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은 강남 오피스빌딩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증시와 국내외 시장이 불안정함에도 흔들림 없이 공실률 0%의 '안전자산'임을 입증한 데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캡레이트도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찾는 1순위 국내 부동산은 강남 오피스빌딩"이라며 "밸류에드가 가능한 중소형 오피스,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오래된 오피스 등도 선호하고 있어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 오피스 매입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강남 오피스시장이 뜨거워지며 공유 오피스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20여곳에 이르는 공유 오피스 업체가 입점해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피스빌딩에 입점한 공유 오피스들도 입주기업과 신규 계약 금액을 30~40%씩 올리고 있다. 공유 오피스들은 건물주와 임차 계약을 맺고, 다시 입주기업과 그 공간에 대한 임대 계약을 하는 전대차(轉貸借)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한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 대부분이 강남 오피스빌딩 공실률 10% 내외일 때 좋은 조건(렌트프리 등)으로 진입했는데 최근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대 수익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건물주와 임대계약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면 차후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며 비용도 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기업들의 신규 오피스 임차 수요가 넘쳐나 공유 오피스와 건물주의 재계약시 공유 오피스가 밀려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담당자는 "공유 오피스는 여러 기업이 섞여 오가다보니 건물 관리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한 기업이 여러 층을 쓰면 책임 소재도 명확하고 건물 관리도 쉽다보니 공유 오피스보단 일반 기업 임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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