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만 믿고 투자했다간 큰코…'실제 상황'에 대비하라

입력 2022-03-11 17:30   수정 2022-03-12 00:20

“시나리오와 전망에 너무 휘둘리면 안 됩니다.”

펀드매니저 A씨는 “급락과 급등이 정신없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시나리오와 전망만 믿고 베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 투자라는 게 항상 베팅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장에선 시나리오에 기반한 베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은 4거래일 만에 2% 넘게 급등했다. 전날 유럽과 미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언제나처럼 여러 가지 설명이 따라붙긴 하지만 사실 외국인도 시장이 왜 오르는지 모른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전쟁 장기화와 확전 가능성인데, 이런 정치 외교 이슈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민해봐야 알 수 없으니 차라리 점치는 게 낫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증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나리오’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전쟁이든, 석유 증산이든, 어차피 소수의 몇 사람이 결정하는데 그런 의사결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사우디 증산은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정치적 압력 등을 동원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주식 투자자로서는 이런 시나리오나 전망보다는 실제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황 변화를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상황 변화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우선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나 투자할 종목이 얼마나 빠졌는지 파악하고, 왜 빠졌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상황 변화 시 계속 보유할지, 추가 매수할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A씨는 “현대차의 경우 시장에서 이미 러시아 비중을 따져 주가에 충분히 반영한 상태”라며 “휴전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주가가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통신주는 전쟁이 나든 말든 상관없는 대표적인 종목이라며 설사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극적 타협을 이루더라도 통신주가 오를 일은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보다는 미국 금리가 이슈인 종목으론 은행주를 들었다. A씨는 “미국 금리가 오를 것이란 예상으로 은행주가 오르다가 최근엔 전쟁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쭉 빠졌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전쟁과 미국 금리가 시장의 핵심 이슈이므로 자신의 주식이 이것들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에 고민을 집중하고 실제로 상황이 바뀔 때 적절하게 대응하라는 것이다.

매크로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종목도 있다. 2차전지 장비주가 대표적이다. A씨는 “최근 2차전지 장비주는 매크로가 안 좋아도 반등이 나왔다”며 “반등의 이유는 순전히 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이틀 매크로 흐름이 좋지 않아도 공장 증설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금리가 올라서 투자를 중단할 것도 아닌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이런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가 예측할 수 없는 매크로 변수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 상황이, 유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시나리오와 전망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관심은 자연스럽다. 다만 관심을 넘어 시나리오와 전망을 좇는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실제 상황 변화를 확인한 뒤 종목의 특성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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