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난 10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2022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전날보다 125.58포인트(0.95%) 떨어진 13129.96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6.08% 하락했다.
작년 시장을 달궜던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주식) 등도 큰 폭 조정받았다. 지난 2월 22일 게임스탑(등락률 -39.8%) AMC(-51.5%) 블랙베리(-32.9%) 클로버헬스(-58.9%) MVIS(-53.2%) 등 밈 주식의 주가는 작년 12월 1일과 비교해 30~60%가량 빠졌다. 한은은 "미국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미국 주식들의 고평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미국 증시의 고평가 근거로 두 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하나는 S&P500의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 지난 2월에 37.9배를 기록한 지표다. 최근 20년 새 최고치인 것은 물론 최근 5년 평균치(31.8배)도 웃돌았다. 이 지표는 닷컴 버블이 고조된 지난 1999년 12월(44.2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APE는 물가상승률과 경기 변동성을 반영해 S&P500지수의 PER을 도출한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순이익 대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다른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나타낸 버핏지수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22일 201.6%를 기록했다. 기준점인 100%를 두 배 이상 웃도는 것은 물론 2015년 1월 1일~2023년 2월 22일 평균치(156.2%)도 50%포인트가량 넘어섰다.
한은은 신흥국 주식이 선진국 주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가 고평가 부담이 적다고 평가했다. 2022년 2월 15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선진국 지수 PER의 68%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비율(선진국지수 PER÷신흥국지수 PER) 최근 5년 평균치(75%)를 밑돌았다. 그만큼 신흥국지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은은 선진국·신흥국 증시 조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은은 "시장이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높다"며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거나 예기치 못한 작은 충격에도 미국 등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흥국의 경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며 "미 달러 강세 폭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 신흥국 자본 유출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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