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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하는 인수위원회 1차 인사를 당초 계획과 달리 직접 발표했다. 예정에 없던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도 마련했다.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일 잘하는 정부,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나눠먹기식 인사를 하지 않고 실력있는 사람들을 중용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은 “선거 기간에 국민들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의 일부 참모는 당초 안 대표를 중용하는 방안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타이밍이 늦어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하지만 “첫 인사부터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정치인들과 뭐가 다르냐”며 안 대표 인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선거 당시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원 전 지사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새 정부의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인수위에서 정부 측 업무보고만 받으면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약속한 것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위원장 자리는 과거 인수위엔 없었던 조직이다. 이 자리에 원 전 지사를 기용한 이유도 대선 당시 정책본부장으로 선거 공약을 총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개혁태스크포스(TF)를 인수위 내 별도 조직으로 둔 것도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안 대표 인사를 계기로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중도 성향으로 ‘한클릭’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문 발표 당시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 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고 규정했다. 안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더 실용적인, 중도적 정당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고도 했다.
안 대표를 인수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기업 경영, 대학 행정, 원내 정치 경험 등을 두루 섭렵한 능력이 새 정부 국정운영 기조를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대표가 직접 회사(안랩)를 창업하고,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키운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 조직에 뒤늦게 합류한 권영세 의원이 중용된 것도 대선 기간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대책본부에서 그만두게 하고 이준석 당 대표와는 선거운동을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선거 전략도 권 의원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되는 ‘탕평인사’에 대해서도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소신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가 향후 인사에 지역 안배·여성 할당 등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 한다”며 “자리를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했다.
인수위원장 인사를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을, 박근혜 정부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실제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대의를 위해 희생한 정치인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윤 당선인의 두드러진 인사 특징이다.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측근 그룹에 대한 비판이 일자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중용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검찰 재직 당시나 대선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 향후 국정에 중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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