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최대 80%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LTV가 완화되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고소득자만 대출 가능 금액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형평성 측면에서 DSR 규제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그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를 80%까지 완화할 계획이다. 1주택 실수요자는 상한 70%, 다주택자는 상한 30~40%까지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
또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금융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4억원 한도에서 3년간 금융을 지원하며, 이는 출산 시 5년까지 연장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3억원 한도에서 3년간 지원을 제공한다.
당장 시중은행들이 LTV를 상향 조정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 등으로 정한 지역·조건별 LTV 이내 범위에서 대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LTV는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세부기준'에 따라 산출된다.
LTV가 완화되면 그간 둔화됐던 주담대 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월보다 2000억원 줄었다. 1월에도 7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의 주담대는 전달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나면서 지난 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2조2000억원) 대비 축소됐다. 2월 주담대 증가 규모 중 전세대출은 1조4000억원으로, 실제 주담대는 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LTV가 완화되면 주담대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연소득 1억원인 직장인 김 모씨가 서울에서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담대(금리 연 3.46%, 30년 원리금 분할상환)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LTV 규제로 현재는 3억6000만원만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LTV가 70%로 높아지면 6억3000만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3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다만 현행의 DSR 40% 규제가 이어질 경우, 고소득자의 대출 가능 금액만 늘어나게 된다. 연소득 5000만원의 직장인 장 모씨가 서울에서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현재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LTV가 70%로 적용되더라도 대출 가능 금액은 3억7300만원으로 13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처럼 연봉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DSR 40% 규제로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되고 있어서다. LTV 규제 완화가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려면 DSR 규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 윤 당선인은 DSR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LTV 규제 완화의 경우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감독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DSR 적용 확대의 완화 여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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