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와 손태승…두 CEO 운명 가른 '내부통제 마련 기준'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입력 2022-03-14 15:40   수정 2022-03-14 15:42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제재 처분 취소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사안에서 승소를 거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정반대 결론이 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DLF 사태는 무엇인가?
DLF란 장단기 스와프금리 또는 국고채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펀드상품으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상품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어치 팔았다. 그러나 은행 측 예상과 달리 그해 말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3000여 명의 소비자가 수천억원 손실을 입은 사태가 빚어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당시 각 은행장들)에게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손태승과 함영주, 운명 가른 기준은?
...'내부통제 마련 의무'

두 은행장의 1심 판결은 정반대로 났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서 승소했다.

핵심 쟁점은 우리은행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리은행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은 "금감원의 제재 사유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은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라고 돼 있지, 이를 준수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 재판부는 같은 법령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함 부회장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현 시행령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이 막대한 데 반해, 원고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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