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윤석열 정부, 대만을 주목해야

입력 2022-03-14 17:25   수정 2022-03-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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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기준 대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조1414억달러다. 2조792억달러인 한국 증시를 추월했다. 두 나라의 시총은 작년 11월 말 사상 처음으로 역전된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상장사 수는 대만이 1761개, 한국 2415개다. 한 곳당 평균 시총은 대만 기업이 40%가량 많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한국이 대만의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대만이 월등히 앞선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기뻐하는 사이 대만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만의 구매력 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6만5280달러로 세계 15위다. 한국은 5만1240달러, 30위다. 1인당 명목 GDP는 비슷하지만 대만의 물가가 싸 생활 수준이 높다. 이 지표가 역전된 건 10년도 넘었다.
'세계의 하청' 자처한 대만
대만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심했던 2020년에도 대만 경제는 3.4% 성장했다. 한국의 성장률은 2020년 -0.9%로 떨어졌고 작년에도 4%에 그쳤다.

한국은 북한, 대만은 중국이란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중국의 압박으로 대만의 수교국은 14개뿐이라는 점에서 외교적으로는 더 불리하다. 대만 기업들이 독자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도 쉽지 않다.

대만이 선택한 전략은 ‘세계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이었다. 대만 증시 시총 1위 기업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라는 독특한 산업을 선점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 최강 하청업체로 불리는 폭스콘의 지난해 매출은 2148억달러로 전년보다 11%나 늘었다.

한국과 대만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라는 점도 비슷하다. 대만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은 대기업,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얘기도 옛말이 됐다. 그러나 정책 부문에선 확연한 차이가 있다. 대만에선 한국 기업들이 그토록 호소해온 ‘노동 유연성’이 두드러진다.

대만의 사용자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전에 알리기만 하면 된다.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겐 30일 이전에 통지해야 한다. 근속 기간이 짧으면 고지 기간도 짧아진다. 저성과자 해고에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한국은 비교 대상도 되지 못한다.
노동 유연성으로 일자리 늘려
기업이 하청을 쓰는 이유는 경기 변화에 대응하는 노동 유연성 때문이다. 기술 수준이 비슷한 두 나라 중 강성노조가 판을 치는 한국 대신 대만이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을 받는 건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노동 유연성과 맞물린 낮은 세율은 대만의 기업 활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대만의 법인세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20%이며 소득세 최고세율은 40%다. 한국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을 올리는 ‘역주행’으로 기업가정신을 꺾어버렸다. 이런 제도의 차이는 최근 5년 이상 대만의 실업률이 한국보다 1%포인트가량 낮게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이 대만 통일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중국 때문에 받아오던 불이익이 줄어들면 대만은 한국 대비 비교우위가 하나 더 늘어난다. 대만의 전체 GDP가 한국을 넘어설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 유연성 제고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책을 추진할 때 대만의 사례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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