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일'보다 '건강과 행복'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중시하게 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체감하게 되면서 '재택이나 하이브리드 근무가 가능한 곳으로 옮기고 싶다'는 직장인들도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냈다.
올해는 MS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홍콩, 호주, 브라질, 멕시코 등 31개국에서 직장인 3만1000명을 상대로 설문을 했다. 응답자의 53%는 팬데믹 전과 비교해 일보다 건강과 행복을 더 우선시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47%는 가족과 개인적 삶을 더 중시하게 됐다고 했다. 재러드 스퍼타로 MS 수석 부사장은 "응답자의 18%는 실제 최근 12개월 사이 일을 그만뒀는데, 그 이유로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행복, 유연성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급여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스퍼타로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2020년 3월 재택근무 모드로 들어갔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며 "재택근무가 몇달이었다면 작은 일탈이었겠지만 2년 가까운 재택근무의 집단체험 뒤 거기에 적응했을 뿐 아니라 재택근무에 장점과 혜택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직장인에게 '유연성'이 타협할 수 없는 일이 됐으며 회사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브라질(58%), 중국(59%), 인도(67%)에선 전 세계 평균보다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선호도가 더 높았다.
재택근무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은 직원과 달랐다. 경영진의 50%는 1년 이내에 전 시간(full time) 사무실 근무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경영진은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기술'과 '사무 공간', '문화' 등 3가지 요소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와 관련해선 직장인의 38%가 '언제, 그리고 왜 사무실에 가야하는 지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스퍼타로 부사장은 "재택근무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며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경영진은 사무실의 역할에 대해서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팬데믹 후 직장인의 일하는 시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만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MS는 재택근무·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와줄 각종 협업툴에 앞으로 도입할 새 기능도 공개했다. 이메일·일정 관리 서비스인 MS 아웃룩에는 회의 초청 메일에 답장을 보낼 때 원격으로 참석할지, 직접 참가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했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인 팀스에는 '프런트 로'란 화면 배치를 추가해 회의 참석자의 얼굴이 화면 아래쪽에 일렬로 정렬돼 표시되도록 하기로 했다.
또 팀스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연설 코치' 기능이 추가됐다. 직장인들이 발표할 때 발언 속도를 조절해주고 청중의 반응을 확인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직원과 협업하기 쉽도록 16개 언어 간에 거의 실시간으로 연사의 발언을 번역해주는 기능도 도입된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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