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사흘 만에 30원 넘게 빠지며 1200원 선으로 떨어졌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다는 소식에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한 결과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흐름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진척 여부에 따라 1200~1210원을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4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30전 내린(원화 가치는 강세) 달러당 1209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보다 2원30전 내린 1212원에 출발한 환율은 갈수록 낙폭을 키워 1200원 선 밑으로 내려갔다.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Fed) 통화정책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 15일 1242원80전까지 치솟았다. 2020년 5월25일(1244원20전) 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16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35원20전이나 빠졌다. 지난 16일에는 7원10전 내린 1235원70전에 장을 마쳤고 지난 17일에는 21원40전 하락한 1214원30전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환율 낙폭은 2020년 3월 27일(22원20전 하락) 후 가장 컸다.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를 넘어선 것도 위험자산 선호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 등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는 최근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주 중반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일부 완화됐다"며 "일부 투자은행은 지난 1월 말 6300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디폴트 위험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Fed 정책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점점 해소되는 데다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도 수그러들면서 오버슈팅(단기 급등) 흐름을 보인 환율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봐도 추세적 평균선을 크게 웃돈다. 2000년 1월 4일부터 이날까지 환율 평균은 1130원25전이었다. 2010년 1월 4일부터 이날까지 평균은 1130원72전이었다.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어선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9월~2009년 9월, 유럽재정위기가 엄습한 2010년 1~5월에 모두 1200원을 웃돌았다. 최근엔 미·중 무역분쟁이 깊어진 2019년 8~10월, 코로나19 위기가 퍼진 2021년 2~7월이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Fed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데다 러시아 디폴트 위기도 일부 해소되면서 달러 선호도가 꺾였다"며 "현 환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수출업체의 달러 매물이 쏟아지면서 환율 1210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