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 일본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최근 발생한 일본 도호쿠 지역의 7.4 규모 강진 영향으로 공장 3곳 가동을 중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 홀딩스도 이와테현 공장에서 흔들림을 감지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일본 반도체 기업 생산량이 하락하면 SK하이닉스, SK실트론 등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해당 지진으로 2개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생산이 중단된 공장에는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이 포함됐다. 나카 공장은 르네사스의 주력 사업장이다. 르네사스 측은 이 공장들의 생산이 언제 재개될지 밝히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한번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 특성상 가동이 한 번 중단되면 재가동이 쉽지 않아서다. 제품 수율을 위해 설정해놓은 수치들을 다시 조정하고 제작하던 웨이퍼(반도체 원판)도 전량 폐기해야 해 손실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키옥시아의 생산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키옥시아 공장은 여진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 생산 점검에 돌입했다. 키옥시아는 올 2월 요카이치와 키타카미 생산시설 2곳에서 낸드플래시 원재료 오염이 발생해 한 달간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키옥시아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여진으로 공장 가동 회복이 늦어지면 생산량이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웨이퍼 생산업체 신에츠의 시라카와 공장과 야마가타 지역에 있는 섬코의 요네자와 공장도 모두 피해 지역 내에 있어 지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주재료로 원통형 실리콘을 얇게 잘라내 거울처럼 반짝이는 원형 판으로 만든 부품이다. 지름 20㎜(8인치) 웨이퍼는 자동차용 등 중저가 반도체, 300㎜(12인치)는 첨단 공정의 반도체 생산에 주로 쓰인다.
신에츠와 섬코는 각각 시장 점유율 1·2위사로 국내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SK실트론은 시장 점유율 5위업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12인치, 8인치 수요 증가로 2년 동안 매월 월간 최대 생산물량을 경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로 예상됐던 업황 반등 시기가 2분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기업들 경쟁 속에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과 수익성이 국내 기업들의 개선 과제로 떠올른 가운데 현물가격이 오르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의 공급 차질 영향이 작용해 큰 폭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은 2분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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