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머니'의 첼시 인수에 대한 까칠한 시각[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2-03-20 10:53   수정 2022-03-20 11:44

이 기사는 03월 20일 10: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8일 자정 경. 영문 트윗 한 토막에 국내 스포츠팬들이 들썩였습니다. 영국 프리미어구단의 명문 구단인 첼시 인수전에 국내 에이전시그룹인 C&P스포츠와 하나금융투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는 영국 가디언의 축구 담당 기자인 제이콥 스테인버그의 트윗 때문이었습니다. 몸값만 4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딜에 국내 자본이 전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해당 소식에는 하나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국내 스포츠 에이전시사인 C&P 스포츠의 최고경영자(CEO)인 카탈리나 킴 씨(김나나·40)의 공식 코멘트도 첨부 돼 있습니다. 그녀는 "비드를 준비 중이다. 이전까진 한국 자본이 탑티어 축구 클럽에 투자한 적이 없었다. 변화를 꾀할 때"라고 자신의 '출사표'를 냈습니다. 김 대표와 C&P스포츠는 금호타이어의 토트넘홋스퍼 스폰서십, 넥센타이어의 맨체스터시티 스폰서십,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현대자동차 스폰서십 등을 유치한 에이전시로 국내에 소개돼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인지도가 쌓였을 만큼 첼시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도 명문 구단으로 꼽힙니다. 2003년부터 러시아 재벌 로만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팀 중 하나로 등극했습니다. 다만 영국 내에서 최근들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전방위 경제 제재가 가해진 데다 아브라모비치와 푸틴 정부 간 유착관계가 속속히 드러나면서 첼시를 매각하라는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구단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자선재단을 설립해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다만 M&A를 취재해온 입장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우선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C&P 측의 공식 '코멘트'였습니다. 통상 비밀유지가 최우선인 M&A 과정에서 매각 측은 회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새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합니다. 회사소개서 배포 단계에서부터 각 잠재 후보들에게 비밀유지조항(NDA)에 사인을 하게 해 이를 어길시엔 인수 후보 자격을 박탈하거나 법적 책임까지 물게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거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개인적으로 암암리에 인수후보를 찾는 거래도 아니고 글로벌IB인 레인그룹이 매각주관을 맡고 있는 공식적인 공개매각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컨소시엄의 행보는 다소 갸우뚱 한 상황인 셈입니다. 현지에서도 사우디미디어그룹, 미국 LA다저스 공동 구단주 토드 볼리, 스위스 사업가 한스외르 바이스, 영국 부동산 투자업체 케인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조나선 골드스타인 등 수십여곳의 후보군이 거론된 상황인 데 후보 자신이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인정하는 코멘트를 낸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컨소시엄이 정말 진지하게 이번 입찰에 응했다면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했을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6월 경 우연한 계기로 김나나 대표와 한 차례 통화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엔 김 대표는 국내 또다른 M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내 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기금(NPS)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등 정부와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10여년 가까이 주요 구단들과 대화 창구를 유지하고 있고, 여러 구단들의 관심도 확인해 둔 만큼 해외 스포츠 M&A가 본격화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일반적인 M&A업무에서 글로벌IB들이 딜 소싱을 하는 전담하는 것과 달리 스포츠구단 거래에서는 자신같은 '에이전싱'이 절차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스포츠 업계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수조원에 달하는 거래중개업무에 에이전트가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인적으로 의문으로 남았었습니다.

하나금융투자가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은 맞다"고 확인한 만큼 국내 컨소시엄이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현재까진 사실로 보입니다. 이미 해외 대체투자에서 수차례 조단위 규모 거래도 성사한 하나금융투자가 주요(앵커)투자자로 합류한만큼 자본력 측면에서 좀 더 구체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매 년 현금이 주기적으로 유입되는 인프라 투자가 아닌 스포츠구단 투자에서 하나금융투자 쪽이 어떤 성장성(업사이드)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는지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보입니다. 현재까지 컨소시엄 구성원도 현지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캔디그룹과 에이전시인 C&P스포츠 정도가 유일하다보니 누가 실질적으로 구단 경영을 주도할 지도 미스테리고요. 물론 이번 인수전 참여 소식에 국내 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컨소시엄에 합류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다만 현재 입찰 과정이 어떠한 구속력도 없는 '예비입찰' 단계인 점을 활용해 C&P스포츠가 자사 인지도를 알리는 한편 하나금융투자도 해외 거래를 소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마케팅할 기회로 삼은 것 아닌가 하는 까칠한 생각이 맴도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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