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ETF는 547개다. 2002년 4개에서 20년 새 130배 넘게 늘었다. 상장됐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상품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에만 25개의 ETF가 상장폐지됐다.
업계에서는 “1·2위 운용사가 아니고서는 ‘국내 최초’만이 살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 골프, 탄소배출권, 금현물, 중국 태양광, ‘중국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커촹반 STAR50지수 등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출시됐다. 모두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상품이다. 이달에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색 테마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잘 알려져 있고 관련 상품도 많은 나스닥100과 같은 대표 지수를 2배로 추종(레버리지)하거나 역으로 추종(인버스)하는 상품이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출시됐다.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운용 보수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ETF 시장에서 2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마저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었을 정도다. 올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S&P500지수의 일간 수익률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의 총보수를 연 0.58%에서 0.25%로 낮췄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지수 레버리지 ETF 중 최저 수준이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KODEX 헬스케어’ 등 7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25~0.45%에서 0.07∼0.09%로 한꺼번에 인하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직접 거래할 수 있는 ETF 특성상 운용보다 상품 개발과 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당분간 최초·최저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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