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 위원장이 빨리 물러나고 책임 시비를 매듭짓는 게 맞다. 선거관리 총책임자가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담당 실·국장만 경질하고 어물쩍 넘기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 최고 수준 선거시스템을 자랑하던 선관위를 소쿠리·비닐봉지 투표함으로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든 것도 모자라, 조직까지 와해 직전으로 몰아넣고도 뭉갤 수 있는 것인가. 더구나 대선보다 더 많은 인적·물적자원을 투입해야 할 지방선거가 불과 72일 앞이다. 조직 정상화와 신뢰 회복, 원활한 다음 선거 관리를 위해 노 위원장 스스로 당장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따지고 보면 노 위원장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 숱한 거짓 해명과 정치적 발언, 편파 인사 등으로 사법부 신뢰를 진흙탕으로 끌어내린 김명수 대법원장도 꿋꿋이 자리를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K방역’ 자랑 때는 맨 먼저 나서던 대통령도 작금의 오미크론 위기 사태에 봉착해선 별 말이 없다. 더구나 이번 위기는 치료제도, 위중증 병상도 충분치 않은데 덜컥 방역부터 풀어 문제를 더 키운 인재(人災)에 가깝다. 그 결과 세계 1위 확진자, 2위 사망자를 내고, 유족들이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못찾아 분노와 울분을 토하는 처지다. 그랬으면 누군가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정상적인 정부가 아닌가.
그런데도 임기 말까지 ‘자화자찬 모드’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청와대가 어제 공개한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 웹페이지는 집권기간 중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등 ‘낯 뜨거운’ 자랑거리로 가득하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일자리 참사, 국론 분열 등 끝없는 실정(失政)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게 불과 며칠 전인데도 말이다. 이런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자화자찬을 하더라도 때를 봐가며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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