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발(發) ‘5차 대유행’의 정점 구간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방역당국이 예측했다.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30%가량 센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세대기(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데 걸리는 기간)가 0.5일에 불과한 스텔스 오미크론 점유율이 증가하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온 사람도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유행 정점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3월 셋째주(13~19일)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은 41.4%로 직전 주(26.3%)에 비해 15.1%포인트 상승했다. 전파력이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3월 셋째주 코로나19 위험도는 직전 주와 마찬가지로 ‘매우 높음’으로 평가됐다.
전날 신규 확진자는 20만9169명으로 10일 만에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월~금요일 확진자가 전주보다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 지난주를 정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정점을 지난 뒤에도 확진자 수가 곧바로 꺾이지 않고 완만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계에선 질병청 예측대로 5차 대유행의 정점 구간이 더 크고 길어지면 가뜩이나 포화상태에 다다른 의료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기준 69.0%까지 차오른 중환자 병상 가동률의 오름세가 더 빨라질 수 있어서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월 마지막주(20~26일) 44.0%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신규 확진자가 늘면 2~3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면서다.
신규 확진자는 2월 18일 처음 1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3월 2일 20만 명 △9일 30만 명 △16일 40만 명 벽을 차례로 뚫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정점 구간’마저 길어지면 현행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비어 있는 병상이 876개에 불과한 만큼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 30만1156명 중 0.3%만 악화돼도 ‘만석’이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점 구간마저 커지고 길어질 경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검사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동네 한의원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실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 머크(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10만 명분을 이번주 중 도입하기로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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