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촉진한 종부세, 이제라도 폐지를"…與 책사의 ‘고언’

입력 2022-03-21 21:12   수정 2022-03-21 21:18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게 정공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1일 자신의 SNS에 <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다?3년간 14.3배 증가한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전 부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0.7%포인트 차로 석패한 사실을 먼저 거론했다. 그는 “막판 결집에도 불구하고 왜 패배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중요한 패인(敗因) 중에는 ‘4050세대의 이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4050세대의 이탈과 유사한 현상은 ‘서울 지역의 패배’”라고 짚었다. 최 전 부원장은 “대선 기간 내내 서울은 ‘정권교체 여론’의 진원지였다”며 ‘좌편향적 부동산 정책’과 ‘좌편향적 경제정책 노선’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 부원장은 “결론부터 말해,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였다”고 단언했다. 종부세의 문제점으로는 ‘짬짜면 & 잡탕밥 성격의 세금’을 꼽았다.

그가 보기에 종부세에는 ①보유세 ②부동산 가격안정세 ③부유세 ④다주택자 규제세 ⑤지역균형발전세 등 5가지 서로 다른 문제의식이 담겨있었다.


최 부원장은 2017~2021년간 주택분 종부세 총액의 변화 추이를 언급한 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3년 안에 <14.3배>가 증가하는 세금의 사례가 있느냐”며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이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통으로 잘못한 점에 대해선 종부세를 ‘고작 2%’라고 합리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퍼센테이지(%)’를 논거로 제시했다”며 “어떻게 세금의 정당성이 ‘퍼센테이지(%)’일 수 있는가? 2%이면 아무렇게나 걷어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잘못한 것은 <2% 내외의 소수 부자들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세계관>을 공공연히 주장했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최 부원장은 서울의 종부세 대상자(50만명)과 가구 수, 서울 25개구별 평당 가격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등 수치를 자세히 언급했다.

최 부원장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윤석열을 찍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방이 부자이든 아니든, 상대방이 2%이든, 1%이든, 상대방이 100만명이든, 50만명이든, 10만명이든, 3년에 14.3배를 올리는 세금은 부당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0.7%포인트 격차 패배를 선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최 부원장은 “윤석열은 1987년 이후 <한국 선거 역사상> 보수정당 계열의 최약체 후보였다”며 “민주당이 0.7%p 격차의 패배에 안주할수록, 재집권은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86 운동권 세계관>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정책을 남발하여 정권을 빼앗겼다”며 “이를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나이가 20~30~40인 <또다른 청년 운동권>으로 ‘화장술’을 발휘할 경우, 민주당은 이후에도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 부원장은 민주당 일각에서 1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지금 시기에 매우 소극적이고 약간 비겁한 대응"이라며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것이 훨씬 깔끔하고 정공법"이라고 조언했다.

최 전 부원장은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과 민주연구원 정책위원, 서울시 정책보좌관 등을 지냈다. 지난해 11월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직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의 국토보유세 신설 등 공약을 두고 “매운 맛 버전의, 좌파 정책들”이라고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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