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1년 이상 지속해 온 강도 높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고용시장에 깊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부문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장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산업으로 부상했다. 빅테크는 기술 영역 뿐 아니라 콘텐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용을 동결하거나 심지어 줄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올해 역대 최대인 1078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인 가운데 빅테크의 구조조정은 2008년 금융위기,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으로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중국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내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실업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빅테크 부문의 고용시장 현황을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민간 구인구직정보업체 자오핀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절반이 자신이 속한 회사가 구조조정을 했으며, 4분의 1은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답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고용 규모는 25만명에 달한다. 최대 게임 및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10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천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이 최대 15%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클라우드 부문,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콘텐츠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퇴사 신청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는 적자가 나고 있는 음식배달 어러머, 음식점평가 구베이 등 손실이 나는 부문에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법 규제가 강한데다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감원으로 인해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을 드러내길 꺼린다는 점도 해고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다. 기업들은 '최적화'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한 사람씩 개별 접촉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왕이신 자오핀 선임연구원은 "인터넷 부문은 중국 청년들이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자오핀의 지난해 설문에서 대졸자들은 25%가 인터넷 분야를 1순위로 꼽았다. 2위 부동산은 10%로 차이가 크다.
중국 당국은 최근 독점 규제, 불공정거래 금지, 소비자정보 보호, 게임 중독 방지, 불법 콘텐츠 통제, 사교육 부담 절감 등 다양한 명분으로 빅테크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 왔다.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규제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 철폐는 인문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1000만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던 사교육 산업을 초토화시켰다. 신둥팡그룹은 지난해 1년 동안 6만명을 해고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 짧은 동영상 앱 2위인 콰이서우 등은 이미 "올해 고용 증가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회사들은 최근 수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매년 고용 규모를 두 배 씩 늘려 왔다.
코로나19로 실직한 수천만 명을 흡수했던 '긱 이코노미'도 위기를 맞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승차호출, 음식배달 등 영역에서 플랫폼 기업과 '긱'으로 불리는 임시직 근로자가 창출하는 경제다. 중국에는 전체 고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억명이 '긱' 형태로 일하고 있다. 음식배달 1위 메이퇀은 400만명의 라이더를, 승차호출 1위 디디추싱은 1300만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들에게 '배달원·기사 처우 향상'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비용 증가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