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경제, 경제요, 그리고 경제입니다

입력 2022-03-21 17:22   수정 2022-03-22 00:24

문재인 정부는 출범(2017년 5월 10일) 두 달여 만에 실패의 씨앗을 뿌렸다. 7월 15일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나 대폭 인상할 때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라는 ‘이념 경제’가 한국 경제에 대못을 박기 시작한 날이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유능한 경제 정당’을 내걸고 매주 화요일 공부 모임을 했다. 경제 공부를 했다고는 하는데, 뭘 공부했는지가 문제다. 소주성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변방 좌파 이론을 주제로 올려놓고, 이를 설파한 책상물림들을 후에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앉혔다. ‘선무당 사람 잡을’ 이론으로 나라 경제를 실험해 놓곤 중소기업·소상공인 폐업과 고용 참사를 초래한 데 대해 책임지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어설픈 지식으로 왜곡된 경제관을 갖게 된 데 반해, 경제 공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훨씬 제대로 했다. 그가 정치·사회적으론 커다란 과오를 범했지만, 경제만큼은 후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좋은 과외선생들을 두고 내공을 쌓은 덕이다. 전두환은 10·26 이전인 보안사령관 시절부터 김종인(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매형인 박봉환(5공 때 동력자원부 장관)에게 경제를 배웠다. 박봉환은 인플레가 왜 “공산주의보다 더 나쁘고 히틀러의 양아들”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지 가르쳤다. 그 뒤를 이은 새 과외선생이 바로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된 전두환은 매일 새벽 5시30분 김재익 집으로 차를 보내 연희동 자택에서 두 시간씩 경제를 배웠다. 1982년 말 삐삐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는 퇴근길에도 수시로 삐삐를 쳤고, 김 전 수석은 공중전화나 다방 전화통을 붙들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대통령이 되고도 아침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 전두환은 물가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록을 직접 작성할 수준까지 올랐다.(《그런 선거는 져도 좋다》, 이장규)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무지나 오만은 죄악이나 다름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머리는 빌리면 된다’며 본인은 손 놓고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거나, 문 대통령처럼 잘못된 지식을 맹종할 때 그 해악은 온통 국민이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두환 정권 후반기에 성장, 물가, 국제수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것은 ‘3저(低) 효과’뿐만이 아니라 명석한 관료와 ‘열공’ 대통령이 합심해 물가안정으로 기반을 다져놨기에 가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지식이 궁금하다. 그는 선거기간 중 밀턴 프리드먼, 루트비히 폰 미제스 같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며, 부친(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이 권유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탐독했다고 한다. 이처럼 명확한 경제관을 가졌지만, 경제 현실에 대한 실언으로 진땀을 뺀 적이 종종 있다.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리지 못한 데는, 막판 젠더 갈등도 있었지만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지 못한 탓도 없지 않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경제 살리기에 본격 나서야 한다. 어제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에서 그의 발언은 올바른 경제관을 재확인시켜줬다. 민간 주도 성장과 기업 활동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정부 역할 등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해가는 각론이다. 인수위원 및 후일 내각·참모진이 세부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지만, 대통령이 경제 작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 때 의사결정은 더 빛이 날 것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로 늘 공부하면서 경제정책을 펴나가주기 바란다.

소통의 방법으로 술을 즐긴다고 하니 때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를 안주 삼아 관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괜찮겠다. 공정과 상식도 바로 세워야 하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패는 결국 경제로 판가름날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경제, 둘째는 경제요, 그리고 셋째는 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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