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얼마나 풀릴까…1기 신도시 리모델링 '고민중'

입력 2022-03-22 17:42   수정 2022-03-23 00:28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했던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고민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하는 게 낫지 않냐는 계산에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군포 산본신도시 내 18개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구성된 산본리모델링연합회는 대선이 끝난 후 회의를 열고 사업 방식으로 재건축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공약으로 단지별로 소유주들 사이에서 재건축 추진이 낫지 않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어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과정을 체크하면서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을 닫아 놓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산본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재건축 규제 완화가 좀 더 구체화하면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 사업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부에서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겹겹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정비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준공 후 30년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다.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초과이익환수제도 리모델링은 제외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 준공된 1기 신도시는 중층 이상으로 지어져 용적률이 높은 단지가 많아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특별법을 만들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역세권 재건축 단지는 상한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올리겠다는 내용도 있다.

통상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한 반면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건물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가구 수 증가에 한계가 있어서다.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소유주가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내력벽 철거 등을 통한 구조 변경이 어려워 수요자가 선호하는 평면 구성에도 한계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에 준공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고 가구별 층고가 낮은 곳이 많아 리모델링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용적률 상향 등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평촌 ‘향촌현대4차’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조합원에게 “용적률이 올라간다고 해도 그에 따르는 기부채납과 주거 쾌적성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재건축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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