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증권사 CEO 위기 속 연임 행렬

입력 2022-03-24 07:15   수정 2022-03-24 07:16


국내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의 강경한 통화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은 전날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정영채 사장과 임재택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정 사장은 3연임을 확정했다. 2018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2020년 연임에 이어 이날 재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를 2년 더 연장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에 회부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에게 100% 원금 보상을 하는 등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재임기간 사상 최고 실적을 연이어 달성한 것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임 대표는 2018년 취임해 한양증권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우수 인재 영입에 방점을 찍고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익근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임기 중 호실적을 거둔 데다 라임펀드 사태 해결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 대표는 오는 2024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4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가 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2010년 4월부터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 대표는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하면서 2025년까지 15년간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한국금융지주도 작년 말 정기인사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연임시켰다. 2019년부터 사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는 정 사장은 1년 더 한국투자증권을 책임지게 됐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도 작년 말 그룹 인사에서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4년째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12월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 연임을 결정했다. 2020년 3월 사장으로 선임된 이영창 사장은 3년째 신한금융투자를 이끌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기존 경영진 연임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각종 위험요인이 불거지는 만큼 증권사들이 변화보다는 위험 관리를 위한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시장 상황이 급격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보수적인 위험 관리와 안정적 경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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