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가 없었다면, 굳이 새벽녘 그곳에 서지 않았다면, ‘현장’을 진정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기흥동탄IC 입구는 보도 끝이다. 만약 불시의 급작스러운 상황이 생겨 누군가 보도 끝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단횡단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소수의 사람만이 길을 건너고, 그 사람들을 위해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만드는 게 효율적인가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추를 누르면 30초 후에 잠깐이라도 켜지는 신호등 시스템을 둔다면, 횡단보도와 신호등 시스템을 두는 데 아주 적은 비용만 소요될 것이다. 안전과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다.
도로 여건에 문제는 또 있었다. 새벽에 쌩쌩 달리는 차량 위로 도로를 비추는 가로등 중 두 개가 불이 꺼져 있었다. 더구나 나란히 꺼져 있어 가로등 아래는 다른 곳에 비해 유독 어두웠다. 곧 ‘위험+절대 감속’이라는 팻말이 등장하는 지점인데, 그 길을 안내해줄 가로등은 빛을 밝히고 있지 않았다. 현장의 문제를 기록해야 했다. 잠시 들고 있던 피켓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무심코 길을 건널 그 어떤 사람, 가로등에 의지해 어둠을 달릴 운전자, 이 모두에게 ‘안전’을 드리는 것은 정치인의 의무다.
이렇게 현장은 언제든 답을 품고 있다. 답을 찾고 안 찾고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관심의 문제다. 기흥동탄IC 입구에서 길을 건너본 적이 없다면, 길 위 특정 지점이 어둡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답은 답으로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무단횡단의 우려도, 특정 지점 도로의 깊은 어둠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현장이 모두에게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딱 한 번만 서본다면, 주변을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함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현장은 답을 준다. 언제든 현장에 서야 한다는 원칙을 가슴에 새긴다. 훗날 누군가 이 길을 건너고, 운전할 때 나의 작은 시선이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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